장기하에세이)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장기하 산문집

기본정보


저자 장기하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20.09.11


이 책은 어떤 책일까요?


곰곰 ‘나’를 들여다보고, 조금씩 마음의 짐을 덜어내며,
‘나’답게 살기 위한 작은 노력들에 대하여
뮤지션 장기하 첫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 재기발랄하고 아름다운 가사와 개성 있는 음악으로 사랑받아온 뮤지션 장기하의 첫 산문집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평범한 생활인으로서 대중음악가로서 느끼는 일상다반사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솔직, 담백, 유쾌하게 담았다. 일상의 기쁨과 슬픔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관한 때론 웃기고, 때론 싱겁고, 때론 마음 깊이 공감할 만한 장기하다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즐겁고 상쾌하다. 작은 사물도, 사소한 사건도, 지나치기 쉬운 일상도, 그의 글 속에서 특별하고 감각적인 경험으로 새롭게 옷을 갈아입는다.
장기하의 산문은 예의 그 강렬하고도 문학적인 노래가사들만큼이나 눈길을 사로잡아 한달음에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의 노래들이 소탈하고도 단단한 내면에서 우러나온 것임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별것 아닌 듯하지만 은근히 신경쓰이는 일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사건들, 사물들을 포착해 자신만의 유쾌한 이야기로 재탄생시키는 장기하식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즐겁고 포근한 마음이 된다. 뮤지션이 아닌, 작가 장기하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제공 인터넷 교보문고



장기하를 소개해요


1982년 출생.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그룹 ‘장기하와 얼굴들’로 데뷔했다. 데뷔 첫해인 2008년 싱글 <싸구려 커피>로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노래’ ‘최우수 록 노래’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남자 아티스트’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2012년 열린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는 ‘올해의 음반상’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록 음반’ ‘최우수 록 노래’ 상을 받았다.
스물한 살 이후로 음악 외엔 하고 싶은 게 별로 없었다. 록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십 년 동안 이끈 후 마무리했다. 솔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자연스러움에 대한 집착이 부자연스러울 만큼 크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살고 싶다. 행복 앞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별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뾰족한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제공 예스24



기억에 남는 구절들...

다만 나는 나 스스로에게 불필요한 무언가를 취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만족감을 느낀다. 그것은 돈을 아끼고 말고와도 좀 다른 문제다. 인생에 군더더기가 없다는 데서 오는 쾌감이다.
하지만 나는 기분만큼 믿을 만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기분이 어떤지를 잘 살피는 일이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에서 좋은 기분보다 중요한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일어난 일 중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는 의미다.
...
어젝까지 당연히 할 수 있었던 일을 오늘 갑자기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무척 괴롭긴 했지만, 결국 다 순순히 받아들였다. 이 능력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하고. 그리고 새로운 상황에 맞춰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그러고 나면 그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새로운 다른 길이 열리곤 했던 것이다.
어쨌든 분명한 건 내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써왔고, 또 그게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 보니 내 삶에 이런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나도 모르게 골칫거리로 삼아 씨름하게 되는 문제들 중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이 상당히 많다. 거의 모든 게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삶이란 늘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라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더 자유로워지고 깊다면 더 외로워질 것도 각오해야 한다. 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 자유 따위 좇아봤자 소용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
하지만 당신의 오늘 하루가 원하는 만큼 자유롭지 못했다고 해도, 바로 그 때문에 누렸던 무언가는 있을 것이다. 내가 하루종일 막막함에 시달렸고 그래서 방금 밤 산책을 하며 쓸쓸함을 느끼긴 했지만 어쨌건 오늘도 마음대로 사는 데 성공한 것처럼 말이다.
"하고 싶은 것 하며 사니 좋겠다"는 말을 듣는 일이 종종 있다. 부러워서 하는 말이니 으쓱할 만도 한데, 그때마다 조금 씁씁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나도 늘 좋은 것만은 아닌데`라는 마음이었달까. 자유롭다는 것은 곧 막연하다는 뜻이고, 막연한 삶은 종종 외롭다.
인간이 다른 생명을 너무 많이 죽이거나 괴롭히고 있다고는 생각한다. ...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만큼보다 더 많은 생명을 죽이는 종은 내가 알기로는 인간밖에 없다. 거기에 대해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전혀 모르겠다. 단지 미안할 뿐이다.
...
그러니 육식을 줄이는 것의 즐거움은 음악의 엽개을 늘리거나 아이서티를 탈 때의 그것과는 달리, 내가 다른 생명에게 끼치는 민폐를 조금이나마 줄이고 있다는 기쁨도 포함하는 것이다.
빨리 뭘 어떻게 좀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조바심이 난다.하지만 생각해 보면 여태껏 살면서, 멋진 순간들은 다 내 의도나 기대와는 무관하게 찾아왔다.
영화를 보며 사랑을 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 것도, 내 인생에 단 한 번 만년설 위를 걸어본 것도, 내 노래로 무대에서 수만 관객의 환호를 받은 것도, 내가 기억하는 가장 깊었던 사랑의 순간들도, 그리고 창문 밖으로 가슴 시릴 만큼 파란 일요일의 하늘을 바라보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말이다.
생각해 보면 후회만큼 쓸모없는 것도 세상에 없다. 지나간 일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 봤자 그 일이 바뀔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달리기라는 운동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함이다. 복잡한 규칙도 값비싼 장비도 필요 없다. 나 자신과 달리기 좋은 길. 이 두가지만 있으면 준비 완료다. 누군가와 의사소통을 하고 약속을 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순간 그 단순함은 깨져버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에게 달리기는 일종의 명상이기도 하다. 처음 일이 킬로미터 정도까지는 달리는 행위는 자체에 적응하느라 정신없지만, 그후 어느 순간부터는 팔다리가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면 뇌도 알아서 움직인다. 나의 생각이 의도적인 노력을 벗어나 그저 냇물처럼 흐르기만 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 자체로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이런저런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한다. ...(중략) 내가 달리고 싶을 때, 내가 달리고 싶은 장소에서, 내가 달리고 싶은 만큼 달리는 게 제일 좋다.

책을 다 읽은 후..


이 책을 읽게 된 이유에 사연이 있다. 어느 주말.. 몸이 편치 않아 집에서 나홀로 쉬고 있고 2학년 딸 아이와 아빠는 산책을 나갔다. 나 홀로 조용한 자유를 누리고 있는데 딸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혹시 요즘 제일 읽고 싶은 책이 무엇이냐고. 느닷없는 그녀의 질문에 꽤 생각하다가 평소 장기하의 노래를 좋아하기도 했고 그가 책을 냈다기에 제목은 정확치 않지만 장기하 책을 읽고 싶다고 했더니 아빠에게 검색을 부탁해 집 근처 도서관에 가서 이 책을 빌려왔다. 그리고 내 최애 커피와 함께^^ 내 딸이 알고 있는 나의 최애 음식은 커피이고 최애 행동(?)은 책 읽기이다. 나의 최애들을 가져다주면 나의 아픔이 덜 할것이라는 아이의 마음이 고마워서 이 책은 딸과 함께 오래 기억될것 같다.
다시 본론으로 와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생각, 가치관이 바뀐다.
불필요한 것에 욕심 부리지 않기. 육식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채식 위주의 식단을 위해 노력하기. 정리정돈은 물건과 마음을 함께하기. 환경에 민폐끼치는 일을 줄이기.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살지만 명료하게, 때론 감칠맛 나는 비유로 쓴 글을 읽으니 생각이 더 분명히 정리된 느낌을 받았다. (글을 잘쓰는 분들 참 부럽..)

이 책은 누가 읽으면 좋을까요?) 마음이 무겁고 생각이 정리가 안되는 날을 보내고 계신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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