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제 어디로 가야하죠? [빛의 제국] - 김영하
- 책 리뷰. 좋은 글
- 2021. 11. 23.
책 정보
저자 김영하
출판 문학동네
출간 2010.02.16.
빛의 제국은 어떤 책일까요
지금 세대를 대표하는 소설가 김영하의 『빛의 제국』. 평양외국어대학교 영어과에 재학 중에 4년간 대남공작원 교육을 받은 후, 22세 때인 1984년 서울로 남파된 스파이 '김기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편소설이다. 잊혀진 스파이로 살아오던 김기영이 가족, 사랑, 직업, 추억 등 모든 것을 정리하고 평양으로 귀환하라는 명령을 급작스럽게 전달받으면서 벌어지는 하룻동안의 사건사고를 담아냈다. 24시간동안 자신의 존재는 물론, 삶의 절반을 흔적 없이 정리해야 하는 김기영의 하루를 흥미진진하게 따라간다.
김영하님을 소개합니다.
1968년 강원도 화천에서 태어나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며 성장했다. 잠실의 신천중학교와 잠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취득했다. 한 번도 자신이 작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1990년대 초에 PC통신 하이텔에 올린 짤막한 콩트들이 뜨거운 반응을 얻는 것을 보고 자신의 작가적 재능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서울에서 아내와 함께 살며 여행, 요리, 그림 그리기와 정원 일을 좋아한다.
1995년 계간 [리뷰]에 「거울에 대한 명상」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퀴즈쇼』, 『빛의 제국』, 『검은 꽃』, 『아랑은 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소설집 『오직 두 사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오빠가 돌아왔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호출』, 여행에 관한 산문 『여행의 이유』와 『오래 준비해온 대답』을 냈고, 산문집 삼부작 『보다』, 『말하다』, 『읽다』 삼부작과 『랄랄라 하우스』 등이 있다.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했다. 문학동네작가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만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들은 현재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터키 등 해외 각국에서 활발하게 번역 출간되고 있다.
명구절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은 슬픈데, 그것은 그들이 자신의 어린 모습을 간직한 채로 늙어가기 때문이었다. 소년이 늙어 노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소년은 늙어 늙은 소년이 되고 소녀도 늙어 늙은 소녀가 된다.
넌 정말 인생에 대해 자신만만하구나. 지금 눈앞에 있는 나이든 여자 하나쯤은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나도 한때는 세상을 바꿀 수 있을 줄 알았단다. 근데 이제야 알게 된 건 단걸 먹고픈 충동 하나도 제대로 통제가 안 된다는 거야.
그 할망구도 대단했어. 팔공년에 내려온 년이 구일년이 될 때까지 조용히 아무 짓도 안 하고.. 노동당 서열 22위면 총리급인데 총리급 간첩이 내려와 십 년 동안 동네 아줌마들하고 친구하고 콩나물값 깎고 곗돈 부으면서 살았다니.
이 세계에 있을 시간이 하루밖에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자 그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모든 장면들, 하나의 상투성에 불과했던 이미지들이 살아서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는 마른 재생지가 되어 세상이라는 만년필이 자신에게 휘갈기는 모든 것을 탐욕스럽게 빨아들였다. 창작열에 불타는 얼치기 시인처럼, 엉겁결에 첫 키스를 하게 된 소년처럼,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이 시적인 것으로 몸을 바꿨다.
깨끗한 인간이란 없다. 아직 그럴듯한 유혹을 받지 않았을 뿐.
나는 배신감이란 게 말이야, 그냥 속아서, 당해서, 그래서 억울한 거라고 생각했었어. 이제 보니 그게 아니야. 배신감은 말야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허물어. 그런 거였어.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어. 내가 과연 잘 살아온 건지, 지금도 잘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어. 지금까지 이렇게 어리석었던 년이 다른 거는 뭐는 잘했겠냐구? 그리고 앞으로도 과연 뭘 잘할 수 있을까?
이렇게 남한테 이용이나 당하고 살겠지. 그렇겠지. 안 그래?"
지금 내가 견딜 수 없는 건, 당신이 내 고통을 뻔히 알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자기 고통과 견주고 있었다는 거야. 아니야? 내가 힘들다고 푸념할 때마다 속으로 이랬겠지? 뭘 그 정도 가지고 그래? 난 간첩이야. 누구에게도 말 못 할 비밀이 있다구. 니가 그런 고통을 알아? 그랬지? 아니야? 이제 알 것 같아. 당신 마음속엔 그 빌어먹을, 고통의 우월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어. 자기 고통을 절대화하고 그것만 최고인 줄 아는 이기주의자. 독선주의자. 당신은, 그래, 파쇼야. 파쇼는 자기만 고통받았다고 생각해. 남의 고통은 우습게 생각하고. 자기는 그래서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당신 얼굴에는 늘 그런 표정이 있었어. 패배자인 척, 우울한 척하는 얼굴의 이면에 언제나 세상 모든 것을 얕잡아보는 우월주의자의 표정이 있었다구.
나의 감상
간첩 김기영은 20대에 남한으로와 북으로부터 아무 연락을 받지 않고 남한 사람처럼 평범하게 살게 되었다. 딸을 둔 아빠롸 가족을 일구어 사는데... 어느날 갑자기 24시간내로 본국으로 귀환하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삶의 20년은 북한에서, 20년은 남한에서 산 김기영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스포가 있어서 디테일하게 적지는 못함)
남파 간첩이라고 하면 나도 모르게 생각했던 머리 속 이미지와 편견이 있다. 그 생각은 책 속 김기영을 보며 옅어지게 되었다. 그는 그저 다른 환경에 놓인 보통 사람이였다. 이념과 사상,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김영하님의 소설이 늘 그렇듯 이 책도 마찬가지로 완독하고 나면 왠지모를 개운치않은 뒷맛과 여운이 느껴졌다.(= 좋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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